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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무료 배달 본격화, 플랫폼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에이블리vs. 무신사)

lellie 2024. 4. 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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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쿠팡이츠가 시정점유율 확대를 위해 배달비 무료를 선언했다. 이에 각각 시장 1등과 2등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도 앞다투어 배달비 무료 정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배달업체 간 출혈경쟁이 시작되었다.

그 뉴스를 보고 한 스타트업이 떠올랐다. 두잇이라는 서비스이다.

c. 두잇

2022년에 시작한 '평생 배달비 없는 배달앱' 스타트업이다.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앱일 것이다. ‘팀 배달 시스템'과 '전담 라이더 시스템'을 통해 일종의 배달 공동구매를 진행하여 전반적인 배달 코스트를 줄이고 배달비 0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관악구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여 검증을 완료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었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쿠팡이츠, 배달의 민족, 요기요 3대 배달앱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완전히 고래 사움에 새우등 터진 격.

개인적으로는 쿠팡이 총알이 많은 만큼 이 출혈경쟁이 꽤 오래갈 것 같다. 두잇 같은 스타트업은 제한적인 사업모델을 가지고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어찌 모색하고 있을까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c. 순서대로 쿠팡이츠, 배민, 요기요 캡쳐

 

그러면서 플랫폼의 본질은 완전한 생태계의 구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잇 같은 스타트업은 기존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니치한 고객의 니즈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서비스이다. 그러니 쿠팡이츠, 배달의 민족 같은 서비스보다는 저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고객 확보, 수익성 검증, 마케팅 역시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플랫폼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에 탑승할 경우 한순간에 서비스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최근 쇼핑, 금융, 소셜, 라이프스타일 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플랫폼 구축을 기반으로 한 슈퍼앱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전방위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플랫폼만이 초격차를 만들어 낼 것 같다. 쿠팡이 몇 년 동안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풀필먼트를 만들고 그를 기반으로 직매입, 로켓배송에 오픈마켓까지 서비스하여 이제는 1400만 명이 쓰는 1등 기업으로 다지기를 한 것과 같이.

패션 업계도 그렇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동대문 의류 풀필먼트 서비스가 문을 닫고 있다. 대표적인 동대문 풀필먼트인 딜리셔스 역시 8900㎡(약 2700평) 규모의 딜리버드 물류센터를 마련할 만큼 공을 들였으나 CJ대한통운, 네이버, 쿠팡 등 여러 대기업들의 풀필먼트 자본력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그러면서 그 시스템을 이용하던 개인/중소형 셀러들도 맣이 축소되었다.

c. 에이블리

한편 에이블리는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인 에이블리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상품 사입부터 배송, CS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해 줌으로써 개인 셀러들과 인플루언서 마켓들의 진입 허들을 크게 낮추었다. 그 결과 2023년 8월 기준 누적 창업 셀러 8천5백 명 돌파하고, 브랜드로 성공한 케이스들도 나왔다. 그 솔루션이 경쟁업체인 지그재그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여성 버티컬 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작년 실적 발표를 봤을 때 에이블리의 파트너스 매출 증가율은 2022년 83.3%에서 2023년 13.1%로 급격히 둔화되었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에이블리만의 차별적 강점이므로 꼭 지켜야 하는 북극성 지표와도 같을 것이다. 그 매출 성장 둔화의 원인은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는데, 그 말인즉 동대문 생태계가 어려우니 가치사슬이 엮여 있는 에이블리의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위 사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주문 후의 과정, 즉 end customer를 책임지고 있으나 제품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패션 도매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플랫폼으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나 기획 단계까지 관여하여 전후방 통합을 함께 이루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버티컬 커머스에서 비교해 볼 만한 기업인 무신사는 2023년 매출액이 9931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40.2% 증가해 1조 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이다. 또한 작년 기준 연간 거래액이 10억 원 이상 브랜드는 500여 개로 증가, ‘100억’을 넘긴 브랜드도 36% 증가했다. 특히 이 '100억'이라는 수치가 의미가 있는데, 온라인 패션 브랜드의 매출 최대 한계치로 통용되던 거래액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c. 무신사

무신사가 플랫폼으로서 수많은 브랜드들을 끌어당기고 성장시킨 데는 무신사 스튜디오를 통한 생태계 구축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무신사는 신생 브랜드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무신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패션 사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플레이스를 지향함에 따라, 기획부터 생산, 출고까지 모든 것을 맡는 일련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무신사는 (...) 중소 패션 사업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패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했습니다.

무신사 홈페이지

원단, 패턴, 부자재, 라벨 프린팅 등 제조 및 생산 기업은 물론,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티브 기업, IT 솔루션 기업까지 여러 분야의 사업자들이 무신사 스튜디오에는 입주하여 서로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신생 패션 창업가를 위한 스튜디오 운영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화보 제작에 필요한 포토그래퍼, 에디터, PD 등의 전문 인력을 제공하며 무신사 내에서 브랜드들이 감도 높은 세일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플랫폼 내에서 '무신사의 톤'에 tune on할 수 있다. 이렇게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무신사의 생태계에 락인되고 그 성장의 루프가 공고해진다.

c. 무신사

물론 무신사는 동대문 기반 도매가 아니라 자체 제작을 하는 브랜드만을 입점시키고 있다는 데서 사업구조와 집중해야 하는 영역에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브랜드는 초저가 상품을 파는 중국 자본으로부터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신사가 비단 상품 중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생태계 전체를 품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쿠팡,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거대 공룡들이 경계를 넘어 세를 확장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플랫폼들은 자사만의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인프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두잇은 어떡하지?

'무신사'라고 쓰고 '놀이터'라고 읽는다

무신사에서 ‘100억’ 넘게 버는 패션 브랜드는 어떻게 많아졌을까?

에이블리, 누적 창업 셀러 8천5백 명 돌파

패션 스타트업의 요람, 무신사 스튜디오

딜리셔스 "신상마켓에 집중" 동대문 의류 풀필먼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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